(* 앞선 2023년도 하반기 Girls' K-POP Best Tracks 30 (Part 1) 20곡 리뷰는 여기로...)
자, 이제 앞선 20곡의 노래들에 이어서 음악글쟁이로서의 개인적 취향과 직업적 평가 기준에 근거한 2023년도 하반기 걸즈 KPOP의 B-Side 편으로 10곡을 골라보았다. 타이틀곡이나 최소 1주 이상 활동한 서브 활동곡이 아닌, 그 외에 앨범 속 수록곡이나, 방송에서의 공식 활동을 1주 미만으로 한 서브곡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매우 맘에 들었고, KPOP에 관심이 있는 음악팬이라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고른 10곡이다. 단평과 함께 만나보시길. 가나다 순이기에 곡들 사이의 우열 순위는 매기지 않았다.
[B-Side] Song 21-30 (아래 뮤비 플레이리스트로 들으면서 리뷰를 읽어주세요.)
모바일 환경에서 유튜브 화면이 안보이면 -> 여기로 들어가 감상하세요!
21. 김보아 – Write & Draw
김보아는 개인적으로는 마치 '아픈 손가락'처럼 대하게 되는 보컬리스트다. 사실 초기엔 스윗튠 스튜디오의 보컬 트레이너 역할을 했고, 카라를 비롯한 스윗튠 작업의 수많은 곡들의 백 코러스 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다 어쨌든 스피카라는 팀으로 걸그룹 데뷔의 꿈을 이뤘으나, 애매한 7년을 끝으로 그룹은 해체. 다른 사람의 노래들을 빛나게 해줬지만 막상 자신은 크게 빛나지 못했던 그녀에게는 2023년은 (1인 기획사로서) 진정한 홀로 서기의 첫 해였고, 그 결과물인 <Write & Draw>와 <Acid Dream>은 모두 준수했다. 특히 이 곡은 마치 자신의 인생을 한 편의 노래에 녹인 것 같은 가사와 누구와도 구별되는 그녀의 보컬 음색의 힘이 느릿한 R&B 슬로우 리듬 위에서 숨쉬듯 흐른다. 듣고 있음 애잔함이 피어오른다. 아무리 빈익빈 부익부의 KPOP씬이라지만, 2024년은 그녀에게 좀 더 행복한 커리어가 다가오길.
22. 나띠 – Sugarcoat
초등학교 5학년의 나이로 JYP의 연습생으로 출발했지만, 두 번의 TV 공개 오디션 쇼에서는 데뷔조에 합류하지 못했던 불운의 보컬리스트 나띠는 이미 춤 실력으로는 아이돌 업계에 정평이 나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녀가 길고 긴 방황, 짧은 솔로 활동 후 드디어 정착해 데뷔하게 된 팀이 키스오브라이프였고, 모두가 그런 '외인'의 경력을 가진 팀임을 자신있게 보여주고자 EP 1집 [KISS OF LIFE]에는 4명의 각 솔로곡들이 모두 들어있다. 그 가운데 역시 가장 멋진 곡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를 고를 수 밖에 없는데, SBS M 음악 쇼에서의 라이브 영상을 봤다면 그녀가 그 격한 춤을 추면서도 나름 안정된 가창을 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악곡과 편곡도 딱 90년대 미국 트렌디 R&B 여가수들의 그것에 전혀 뒤지지 없는 끈끈한 검은 그루브가 흐르기에 귀에서 계속 머무른다.
23. Stay C – Not Like You
앞서 20곡 속에서도 스테이씨의 곡을 골랐지만, 이 곡은 절대 이 리스트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타이틀 트랙에선 계속 밝고 명랑한, 톡톡튀는 매력을 보컬과 악곡에서 강조했다면, 이 곡을 들으면 여전히 KPOP, 한국의 대중음악이 흑인음악에서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기존의 스테이씨의 히트곡들과 확연하게 다르게 전자음을 빠른 BPM의 흥으로 소비하는게 아니라 리듬과 그루브를 깔끔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잘 활용한 트랙이기에, 그리고 이제 4년차를 맞은 멤버들에게 <Teddy Bear>나 <Bubble>과 확연히 다른 성숙미를 제공해주는 트랙이기에, 이 곡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24. EL7Z UP – Die For You
엠넷 '퀸덤퍼즐'을 통해 선발된 7명의 소녀들, 케이(ex-러블리즈), 예은(ex-CLC), 여름(우주소녀), 연희(로켓펀치), 나나(우!아!), 휘서(하이키), 유키(퍼플키스)로 구성된 (기간 한정 걸그룹) 엘즈 업은 첫 EP를 통해 그룹으로서의 제대로 된 유니티를 처음 선보였다. 비록 타이틀곡 <Cheeky>는 특별한 이들만의 강점이 무엇인가를 알기에는 조금 애매했지만,오히려 서브곡인 이 발라드 트랙을 통해 역시 7팀에서 실력 좋은 멤버 1명씩 모으면 확실히 기본 이상을 소화함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룹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던 그 매력을 찾아주었다는 것만으로 엘즈업의 존재는 의미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최종 7명의 결과가 내 기대와 달라 첨엔 아쉬웠다. 지한아... 지우야... ㅠㅠ) 특히 케이와 휘서의 보컬 리드가 빛나고, 오히려 중저음을 잡아주는 나나의 센스도 곡의 매력을 높인다.
25. Young Posse – OTB
아마 2023년 데뷔한 걸그룹 가운데 가장 기괴한(?) 팀이 영 파씨가 아닐까 한다. 놀랍게도 이 팀의 소속사는 '계통도'로 설명을 해야 한다. RBW 패밀리의 일원으로 이제는 편입된 그 '전설 속 레이블' DSP가 힙합 전문 레이블 비츠 엔터테인먼트를 서브레이블화(?)하면서 원래 그 쪽 소속 팀을 데뷔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 데뷔 싱글 <Macaroni Cheese>가 100% 랩으로만 이뤄진 KPOP트랙이라 매우 이질감이 짙었던 것에 비하면 (사실 작년 여름 RBW 패밀리 콘서트에서 이들이 등장해 선보였던) 이 곡이 어쩌면 앞으로 영 파씨가 지향해야 할 가장 모범적 답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도 뭄바톤에 손대지 않을 때 KARD를 데뷔시켜서 해외 시장에서 반응을 일으켰던 DSP이기에, 이들 역시 한국 아이돌계에 드문 '여성 힙합 아이돌'을 지향하면서도 그 속에서 보컬과 멜로디의 감각을 잊지 않는다면 충분히 독자적 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 DSP와 나의 애증관계는 정말 이번엔 확실히 끊어내고 싶었건만....
26. 유주 – 따라랏
여자친구의 리드 보컬이었다는 그 한 마디로 가창에 대해서는 굳이 의심을 제기할 일이 없는 유주의 2023년 하반기 솔로 싱글인 이 곡은 그간 발표된 그녀의 솔로곡들 가운데는 (그녀의 가창을 앞세우기 위해 조금은 놓쳤던) 확실한 대중성을 가진 댄스 팝 트랙이었다. 물론 유주의 가창을 돋보이게 하는데는 슬로우곡이나 발라드도 괜찮지만, 아직은 KPOP이란 영역을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기에, 가끔은 이런 곡으로 대중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넘실대는 베이스 라인과 시원한 신스 팝 사운드가 결합해 2020년대식 시티 팝 리바이벌과도 맥이 닿아있는 트랙.
27. ITZY – Bet On Me
잇지의 2023년은 생각보다 그리 잘 풀린 건 아니었다. 2022년 EP 6집 [Cheshire]부터 느꼈던 부분이지만, 뭔가 데뷔하던 시점의 그 화려한 주목도에 비하면 이어지는 후속곡들의 파워가 <달라달라>, <Wannabe>, <Not Shy> 때만 못하다는 것이 챠트 성적에서도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EP 7집 [Kill My Doubt]에서는 타이틀로 활약한 <Cake>의 후크송 전략보다는 그 서브곡들이 더 잇지가 쌓아온 내공을 제대로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앨범의 타이틀과 테마에 가장 맞는 '실질적 타이틀곡'이자 선공개 되었던 이 곡은 이 팀에게 있어 중요한 건 바로 5명의 보컬이 갖는 매력부터 제대로 전달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아직은 모르겠지만/내 안의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갈래/그래도 I choose me 날 믿어볼 수밖에/I bet on me 두렵긴 해도 그래도/떨어질 용기없인 절대로 날 수 없으니"라는 가사 속 이 구절은 이 노래를 듣는 많은 MZ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되었을 것이다. 때로는 박진영이 참 가사를 잘 뽑는다.
28. 허영지 – Climax
유명 걸그룹의 새 멤버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딱 2년의 시간 후 그룹의 긴 침묵 속에서 그저 '예능인'으로 강제로 살아야 했던 허영지에게 2022년 카라의 15주년 재결합 활동은 가수로서의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 되었다. 드디어 그녀에게 주어진 첫 번째 솔로 싱글 음반의 기회를 그녀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활동했고, 발표된 음반의 품질도 준수했다. 비록 타이틀곡 <L.O.V.E>에서는 20대의 발랄함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맘을 모든 컨셉트와 곡에서 표현했지만, 진짜 인간 허영지의 솔직한 모습을 투영한 곡은 마지막 트랙인 이 곡이었다. 팝/록 장르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할 수 있는 안정된 보컬리스트임을 보여줬으며, 특히 노랫말이 그녀의 2023년의 마음을 잘 반영했기에, 곡을 들을 때마다 팬의 입장에선, 아니, 인간 허영지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에겐 공감이 자동으로 느껴지는 곡이다. "예전의 나에게 돌아가 들려주고 싶은 / 가슴 벅차오르는 이 순간, My Climax!" (* 공식영상은 없으나, 일부러 가사가 붙은 영상을 삽입했습니다.)
29. 허윤진 – Blessing in Disguise
자신의 그룹에 속해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솔로곡을 발표한 경우 중에서 2023년 그 정상에 있어야 할 인물은 당연히 르세라핌의 허윤진이다. 르세라핌 속에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들만 생각하고 그녀의 노래에 접근한다면 아마 거대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인데, 데뷔 솔로곡 <Raise Ur Glass>를 시작으로 발표한 4곡의 노래들은 장르로 굳이 따지자면 '인디 팝'이다. 전직 모 인디 레이블 대표님도 듣고 인정하는 작곡 감각(하이브 프로듀서진의 조언과 도움을 전혀 안 받지는 않겠지만)과 때로는 직설적 단어도 서슴없이 쓰는 작사 능력도 그녀의 노래들에 더 진실성을 부여한다. 아마 여태 나왔던 곡들 중 가장 반주가 화려할 이 곡은 펑키 그루브로 무장한 리듬 편곡 위에서 그야말로 '고진감래'의 인생을 살아온 인간 허윤진의 청춘을 가감없이 잘 녹여냈다. 그냥 제목 가리고 어떤 홍대 인디 가수가 냈다고 해도 믿을 노래.
30. 휘인 – 17 (Feat. 화사)
걸그룹 하나로 시작한 회사 RBW를 이제는 하이브의 레이블 패밀리 전략을 따라가는 큰 규모로 키워내는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마마무의 네 멤버들은 이제는 RBW를 포함 3곳의 레이블로 쪼개져 활동하고 있지만, 팬들은 여전히 4사람이 한 데 모였을 때의 무대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모레이블에 남은 2명(솔라와 문별)의 반대편에서 각자의 레이블에 있는 2명인 휘인과 솔라가 휘인의 솔로앨범에서 만나 펼친 이 듀엣곡은 두 사람의 긴 우정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노랫말도 괜찮지만, 서로 다른 두 음색의 파워 보컬들이 R&B/UK Garage의 숨가쁜 비트 속에서도 절대 눌리지 않고 음율을 갖고 노는 세련된 향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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