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3년도 절반이 지나갔다. 작년인 2022년은 정말 수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대한민국 아이돌 팝 역사 속에서 2세대 걸그룹들이 득세하던 2010~2012의 기세를 능가하는 '걸그룹 천국'이었다. 그러나 4세대의 본격적 활동 시작기에서 일어난 차이점이라면 그룹 외에도 솔로 아이돌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은 '아이즈원의 핵분열'과 관계가 있겠지만... 2023년 상반기의 대한민국 '걸즈 K-POP' 은 작년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작년을 대표했던 4세대 대표 걸그룹들의 후속작의 타이틀곡들은 전작만큼의 음악적 완성도를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음반 속 다른 수록곡들 속에는 매력적인 곡들은 여전히 많았다. 대신 중소 회사 소속 걸그룹들의 곡들 가운데 약진을 보이는 트랙들이 늘었고, 그 속에서 전세계적 히트곡도 등장했다. 걸크러쉬는 여전히 좀 더 강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메시지 면에서 주체적이어도 그 걸크러쉬 컨셉트에 묻히지 않고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팀들도 늘고 있고. 하반기에는 보다 더 다채로운, 신선한 곡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이제 개인적 취향과 평가 기준에 근거한 상반기 30곡을 공개한다. 알파벳, 가나다 순이기에 곡들 사이의 우열 순위는 매기지 않았다.
[Part 1: A-Sides]
A-Side의 선곡 기준: 공식 뮤비가 있고, 해당곡으로 방송활동을 최소 1주 이상 한 트랙. 타이틀곡 & 서브곡 모두 해당
(순서는 영어 이름의 경우 알파벳순, 한글 이름인 경우 가나다순임. 영문>한글 순서)
Mikstipe's 2023 Girls' K-POP Best Track Playlist (Part 1: 1~20)
1. Aespa - Spicy
- 드디어 광야에서 돌아온 에스파에게 멤버들의 나이와 발랄함에 맞는 음악적 컨셉트가 입혀졌지만, 이전의 역사를 완전히 부정하진 않았다. 소속사가 겪은 연초의 홍역 속에서 그래도 건져낸 가장 긍정적 성과이자 그룹의 미래에 새 기대감을 안겨준 곡.
2. Billie - Eunoia
- 상반기 발표된 K-POP 걸그룹 곡들 가운데 가장 신선하고 질리지 않고 계속 들었던 노래. 80년대와 90년대식 사운드의 지혜로운 믹스를 선보이며, 복잡한 구성과 격렬한 전자음이 ‘걸크러쉬’라는 이름으로 주류를 지배했던 흐름에 역행한다.챌린지와 쇼츠, 릴즈에 갇히지 않는 ‘제대로 된 감상용 댄스 팝’의 가능성을 보여준 노래.
3. Dreamcatcher - Bon Voyage
드림캐쳐만큼 7년 이상 (미세한 변화는 있었어도) 음악적 방향을 뚝심있게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는 팀이 대한민국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 긴 내공이 이제 음악적으로도 성숙단계에 왔음을 노래 한 곡에 제대로 집약해냈다. 심포닉 메탈에서 영향받은 드라마틱한 곡 구성을 드림캐쳐의 방식으로 이식한 아름다운 파워 발라드(?).
4. Fifty Fifty - Cupid
몇 개월도 안되는 기간 사이에 찬사와 칭찬이 비난과 우려로 바뀌는 이 정신없는 롤러코스터 때문에 이 곡이 가진 음악적 매력 자체가 반감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게 지금은 쉽지 않겠지. 그러나 빌리의 곡과 마찬가지로, 컨셉트와 비트 트렌드, 세계관 등이 자꾸 음악을 앞서가려할 때, 역시 노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멜로디'라는 걸 확인시킨 곡이라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다.
5. Fromis 9 - #menow
[We Go], [DM], [Stay This Way] 를 통해 초반의 방황을 딛고 드디어 안정된 궤도에 올라섰던 프로미스 나인의 새로운 챕터의 출발점이 되는 곡. 앞선 세 곡이 분명 매력이 있었지만 계속 동어반복이 된 한계를 세심한 변주로 돌파해낸다. 프로미식 디스코 그루브를 버리진 않았지만 거기에 성숙미를 추가해낸 곡.
6. G-Idle (여자아이들) - Allergy
안다.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은 'Queencard'라는 걸. 하지만 그동안 이 그룹이 추구해온 메시지적인 면에서나, 걸펑크적 비트를 댄스 팝으로 풀어낸 곡의 스타일에서나 이 곡이 보다 솔직하고 마음에 와닿아서 이 곡을 대신 선택했다.
7. Hi-Key - 건물 사이로 피어난 장미
K-POP 걸그룹의 '자기애'적인 메시지가 지나치게 '브루주아적'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면, 이 곡이야말로 그 대안의 메시지를 제시해 준 곡이 아닌가 생각한다. 음악적으로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마치 포크음악을 듣는 것처럼 가사의 힘에 뭉클해지고 따라부르고 싶게 만드는 '청춘을 위한 송가'.
8. IVE - I Am
2022년의 3연타 히트는 바로 정규 1집이라는 결과물로 아이브의 사이즈를 키워놓았다. [Kitsch]도 나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앨범을 대표할 곡은 이 싱글일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곡의 후렴이 가진 시원한 청량감과 가성과 고음의 적절한 배치는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이다. 1-2-3, 1-2-3, Fire!!!
9. Kep1er - Giddy
일본에서 오는 반응에 비해서는 여전히 좀 미미했던 케플러의 국내 지명도를 그래도 이 곡이 한 계단 올려준 점에서 그들에겐 효녀곡이 아닐까 싶다. 왠만한 록 밴드, 재즈 밴드의 베이스 라인보다도 복잡할 것 같은 촘촘하게 펑키한 베이스 리듬은 서서히 이 팀의 사운드 정체성처럼 자리잡는 느낌.
10. Le Sserafim - 이브, 프쉬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뉴진스가 <Ditto>로 띄운 '저지 클럽 비트'의 공을 한 지붕 식구 르세라핌이 받아서 또 하나의 강력 스매싱을 날려버린 노래. 정규 1집의 타이틀곡 <Unforgiven>이 너무나 떠있던 기대치에 비해 살짝 아쉬움을 남겼을 때, '덜 대중적'일거라는 판단해 서브곡으로 대기시킨 이 곡이 구원타자가 되었다. K-POP을 위한 비트메이커들의 탐구와 고민이 만든 2023년의 훌륭한 음악적 성과.
11. Limelight - Honestly
누군가가 '2023년 상반기의 망여돌'이라고 이들을 거론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K-POP팬들이 이 노래를 지나쳤을테니. 그러나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곡 때문이지, 멤버들 때문이 아니다. 사운드와 프로듀싱을 기준으로 보면 이 깔끔하게 잘 만든 일렉트로닉 댄스 팝 사운드를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부디 이들에게 Second Chance가 올 수 있기를.
12. New Jeans - Ditto
이 리스트에서 유일하게 작년 12월 곡으로서 해를 넘겨 상반기까지 차트를 지배한 곡. 2023년 K-POP 사운드 메이킹의 화두를 '저지 클럽' 으로 만들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프로듀서의 영역들을 다 걷어내도, MZ세대를 넘어 빠른 BPM에 적응하지 못해 헤매는 대한민국의 아재들까지도 이 곡을 들으면 곡의 뮤비처럼 아련한 청춘의 노스탈지아를 소환한다. 애상과 슬픔의 정서가 이렇게 빠른 비트와 성공적으로 얽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250은 걸작을 만들었다.
13. Nicole (KARA) - Mysterious
오히려 모그룹 카라의 15주년 기념 활동에 가려진 감도 있었지만, 니콜은 그 모든 그룹 일정과 함께 자신의 솔로곡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첫 솔로 EP 속 싱글 <MAMA>부터 시도했던 성년의 여성 보컬 팝에 대한 그녀의 지향은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 이 곡으로 안정궤도를 잡게 된 것 같다. 심장을 펌핑하는 베이스 리듬을 따라가면 곡의 호감이 올라간다.
14. NMIXX - Love Me Like This
트와이스를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황금알 낳는 거위로 만드는데 지나치게 올인해서일까? JYP의 치솟는 주가에 비해서는 잇지와 엔믹스의 국내 인기는 후발주자들에게 조금 밀리는 감이 있지만, 최근에는 그래도 좋은 트랙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 굳이 믹스팝에 목매지 않고도 엔믹스가 좋은 걸그룹임을 보여주는데 있어 이 곡의 가치는 그래서 소중하다. 평소에 멜로디 없는 랩스타일의 훅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 곡만큼은 예외다.
15. Stay C - Teddy Bear
개인적으로는 올해 내게 최고의 중독성을 선사한 노래. 신나고 깔끔한 신스 팝 사운드와 올드 스쿨 힙합 비트가 뒤섞이고, 그 위에서 (별도의 칼럼에서 썼듯이) '고나리를 거부하는' MZ세대의 메시지를 기분 나쁘지 않게 전하는 이 노래의 매력은 마치 청량음료 한 잔을 쭉 들이키는 기분을 선사한다.
16. Triple S - Rising
작년의 첫 유닛 AAA의 <Generation>이 워낙 강한 인상을 줬기에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프로듀서 정병기의 새로운 걸그룹 트리플 에스의 첫 완전체 결과물은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이달의 소녀와는 분명히 방향이 다른, 현실의 스트레스/억압에서 자신들의 욕구를 지키려는 소녀들의 형상화에 찰떡으로 어울리는 90년대 힙합 비트와 펑키한 전자음의 향연은 그녀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17. 김도아 - 꿈의 태엽
대부분의 리스너들은 "얘는 또 무슨 듣보잡?"이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프로듀스48]과 [걸스플래닛999]까지 참여하며 아이돌로서의 데뷔에 사력을 다했던 김도아의 이 솔로 데뷔곡은 작곡에 참여한 낯선-달구-우미 팀이 완성한 일렉트로닉 댄스 팝의 순도가 꽤 높은 편이다. 역시 곡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지만, 아이돌 자체도 솔로의 가능성이 조금은 보인다.
18. 미주 - Movie Star
한동안 모두가 예능인으로만 기억했던 이미주가 주주시크릿의 <밤이 무서워요>에 이어 드디어 본업으로 돌아왔다. 안테나 뮤직의 첫 아이돌 작품이지만 그 점이 꽤 세련되고 듣기 편한 EDM 팝을 완성해 낸 기반이 되어준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그 사운드가 러블리즈와도 나름 연결되는 지점이 느껴지니 듣고 있으면 기분이 참 묘하다.
19. 이채연 - Knock
같이 아이즈원 동료였던 권은비, 조유리, 최예나가 모두 2022년 솔로로 자리매김을 어느 정도 해냈을 때, 이채연의 첫 솔로활동은 선곡의 아쉬움으로 솔직히 실패로 끝났다. 그런 절치부심의 결과로 그녀의 장점인 댄스 퍼포먼스에 최적한 싱글을 들고 돌아오니 결과는 180도 바뀐 상태. 댄스 팝에서 악곡과 안무의 조화가 어떤 시너지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트랙이면서 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훅도 괜찮은 편이다.
20. 첫사랑 - 빛을 따라서
작년 데뷔 싱글 <Loveticon>부터 어느 정도 싹이 보였는데, 드디어 이 곡으로 여자친구-오마이걸-에이프릴 이후 뭔가 씨가 말라버렸던 대한민국 청순돌의 새 시대를 열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J-POP 아이돌계마저도 K-POP 아이돌계의 유행을 따라하는 시점에 만나게 된 '아시안 아이돌 팝'의 고전적 매력을 되살려준 올해의 발견! 들을 수록 마음이 젊어진다고!!
(Part 2 나머지 10곡은 다음 포스팅에서.... 여기서는 A-Side는 될 수 없었던 곡들 가운데 추천하고픈 10곡을 골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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